뿌리는 왜 갈아엎으면 힘을 잃을까?
잘 자라던 밭을 갈면 작물은 시들해진다.
흙을 깊이 갈아엎고 나면
밭이 새로워진 느낌이 든다.
속까지 뒤집었으니
작물도 잘 자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오히려 뿌리가 힘을 잃고
작물의 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뿌리는 왜 밭갈이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흙을 뒤집으면
겉흙과 속흙이 바뀐다.
그 과정에서 뿌리 주변의
미생물 네트워크, 토양 구조,
물길과 공기 흐름이 모두 깨진다.
뿌리는 이런 변화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뿌리의 기억도 지워진다.
그동안 쌓아온
균과의 공생관계나
토양 정보가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뿌리는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찾아가려 애쓰지만
이내 지치고 만다.
갈아엎는 일이
생명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지식 창고
전면 경운은 토양층을 교란시켜
지표 근처의 미생물 밀도,
유기물 분포, 뿌리의 미세 환경을 망가뜨린다.
특히 균근균이나 질소고정균처럼
뿌리와 공생하는 미생물 군집은
토양 구조가 깨지면 급감한다.
또한 경운은 뿌리의 수평·수직 방향성과
자생적 뿌리망을 분해해
작물의 초기 활착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무경운이나 부분 경운이
토양 건강을 더 잘 유지한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 흙을 원한다.
갈아엎은 땅보다, 익숙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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