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뿌리는 흙으로부터 시작된다뿌리를 보면 흙이 보인다.점쟁이 같은 소리가 아니다.뿌리 상태로 토양의 심성을 가늠할 수 있다.“모든 작물은 뿌리로부터 자라고 뿌리로부터 병든다.”뿌리가 든든해야 병충해에도 꿋꿋하다.그래야 수량이 늘고, 풍미도 가득하다.그래서 농사는 뿌리 키우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뿌리가 약하면 병충해가 환호한다현대 농업은 지상부, 즉 위쪽만 폼나게 키우는 데 집중한다.가분수 작물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병충해는 기다렸다는 듯 창궐하고, 농약(작물보호제) 의존도가 높아진다.하지만 농약은 반복될수록 내성만 높이고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다.진짜 문제는 흙이다흙이 병들었다.트랙터에 짓밟히고, 화학물질에 범벅된 흙은 숨통이 막혔다.자생력이 무너진 흙에서 튼튼한 뿌리 발육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채소 뿌리..
밭갈이(경운), 정말 필요한 걸까?밭을 가는 목적은 분명하다.공기를 땅속으로 넣고, 다져진 흙을 부숴 부피를 키우기 위해서다.흙을 부드럽게 만들려는 행위다.경운의 긍정적인 효과경운을 하면 산소가 땅속으로 들어간다.잠자던 토양미생물들이 깨어나고,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활성화된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빠르게 분해한다.부식토와 암석으로부터 미네랄을 우려내 영양분이 늘어난다.작물은 왕성하게 자라고, 수확량도 증가한다.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밭갈이 환경에서 미생물은 작물이 흡수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영양소를 빼낸다.하지만 그 영양소는 흙에 오래 남지 못한다.비와 관수로 영양분이 쉽게 씻겨 나간다.결국 **토양 지력(땅심)**은 점점 바닥으로 향한다.부식토는 옅어지고,펄펄 힘을 쏟던 ..
이층 사다리를 펴는 것처럼, 땅심 높이기땅심 좋은 흙, 어떤 상태를 말할까? 첫째, 토양미생물이 들썩이는 흙이다.세균, 방선균, 원생동물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토양미생물이 어울려 살아야 가능하다.게다가 지렁이 같은 소동물도 어깨동무해야 한다.이 녀석들이 뱉어내는 효소가 유기물과 무기물을 분해해, 검고 부슬부슬한 떼알구조 흙을 만든다. 둘째, 양분을 골고루 오래 품는 흙이다.유박 같은 영양가는 높지만, 쉽게 빠져나가는 비료만으론 땅심이 오르지 않는다.땅심 좋은 흙은 작물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양분을 내준다.내구부식량이 높은 흙이 바로 그런 땅이다. 셋째, 균형이 탄탄한 흙이다.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으로 균형이 잡히면 병충해나 생리장애 걱정도 줄어든다.뿌리는 깊고 넓게 뻗으며 맘껏 양분을 흡수한다..
점토 없는 흙은 앙꼬 없는 찐빵 – 작물 생육의 숨은 주인공흙 삼형제, 그리고 앙꼬 없는 찐빵흙을 이루는 삼 형제는 모래, 미사(가는 모래), 점토다.모래와 미사는 바위가 깨지면서 만들어지고,점토는 훨씬 복잡하고 오랜 과정 끝에 탄생한다.점토 없는 흙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비유를 더하자면, 비료에 질소(N) 성분이 빠진 것과도 같다.이 셋의 비율은 농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이상적인 비율은 모래, 미사, 점토가 각각 1/3씩 섞여 있는 상태.이런 흙이야말로 작물이 잘 자라는 밭의 기준이다.점토,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숨은 주인공점토는 단순한 작은 입자가 아니다.식물이 먹어야 할 양분을 머금고, 수분을 저장하며,뿌리에게 영양과 물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 기능이야말로 작물 생육의 필수 ..
흙을 만드는 농부가 되자 – 유기물 멀칭으로 지키는 생명의 터전흙과 인간, 떼어낼 수 없는 관계흙. 생토불이(生土不二)라고 부르면 딱 맞는다.인간과 흙은 뗄 수 없는 존재다.삶의 시작도 흙에서, 마지막도 흙으로 돌아간다.탄생과 주검을 함께 품는 터전.이런 흙은 결코 거저 생기지 않는다.흙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흙은 바위가 깨어지며 시작된다.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야 겨우 겉흙 한 줌이 만들어진다.95%는 바위가 부서져 쌓이고,나머지 5%는 죽은 동식물, 즉 유기물이다.이 둘이 만나야 비로소 생명을 품는 흙이 된다.흙은 유한하다흙은 무한하지 않다.비, 바람, 그리고 인간의 농사로 계속 닳고 깎인다.겉흙은 얇아지고 결국 사막화로 이어진다.농경지는 지켜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인류의 생명을 떠받치는..
풀은 뽑을수록 손해다풀과의 싸움을 멈추자풀은 뽑을수록 손해가 크다.뿌리를 강제로 뽑으면흙이 다치고,숨 쉬는 힘마저 약해진다.하지만 대안이 있다.풀을 베어서 그 자리에 눕히는 전략이다.눕힌 풀의 효과 베어 눕힌 풀은자연스러운 덮개 역할을 한다.햇빛을 차단해풀씨의 발아를 억제하고,동시에 유기물 멀칭 효과를 낸다.낫질이 서툴면전지가위를 활용해도 좋다.최대한 바싹 자르고,뿌리는 땅속에서 삭아 거름이 되게 한다.베어 눕힌 풀 위에퇴비를 흩뿌리고 비닐로 덮으면흙은 콩고물처럼 부슬부슬 부드러워진다.무성한 풀 앞에서 마음을 다잡자무성해진 풀을 보면마음이 심란해진다.하지만 그럴수록텃밭으로 나가자.풀 냄새 맡으며 흘리는 땀방울은마음의 청량제가 된다.처진 심신도활시위처럼 팽팽해지고,김장 작물 재배도 한결 수월해진다.욕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