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 알을 심으며, 삶을 배운다텃밭 한 귀퉁이에 구멍을 팠다.자강 품종 강낭콩 세 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작고 단단한 콩알 세 개.흙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생명들.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왜 항상 세 알을 심는 걸까.하나로는 부족한 걸까.조상님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한 알은 새가 먹는다.한 알은 벌레가 먹는다.그리고 마지막 한 알은 사람이 먹는다.살아가는 일은늘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흙과 하늘,보이지 않는 생명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어릴 적에는 몰랐다.왜 내가 힘들게 심은 걸새와 벌레에게 빼앗겨야 하는지.내 몫이 줄어드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하지만살아갈수록 알게 된다.세상은나 하나만 살아남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새가 살아야 한다.벌레도 살아야 한다.흙도 숨을 쉬어야 한다.그래야..
춘분과 추분, 서로 마주할 수 없는 형제자연에도 운명이 있다면, 춘분과 추분은 한 핏줄이지만 결코 마주할 수 없는 형제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세상을 찾아와 반대의 역할을 한다. 하나는 시작을 알리고, 하나는 마무리를 준비한다.춘분 – 생명의 신호탄춘분이 오면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나무들은 잎을 틔우고, 들판은 연둣빛 융단을 펼친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낮이 길어지면서 생명은 기지개를 켠다.이 시기부터 자연은 확장하고, 생명은 번성한다.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 성장과 활기의 계절이다.추분 – 쉼의 시작반면, 추분은 세상을 황록빛으로 물들이며 안식의 장막을 드리운다. 나뭇잎은 서서히 색이 바래고, 들판은 익어가는 곡식으로 황금빛을 띤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밤이 길어지면서 자연은 조용..
🐛 벌레 일생 중 가장 위험한 시기는?단연코 애벌레 시절이다.애벌레는 단백질 덩어리, 천적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다.하지만 모든 애벌레가 쉽게 잡아먹히지는 않는다.그들은 자연이 선물한 생존 전략을 통해 살아남는다.그중 가장 강력한 무기는 위장술이다.보호색을 띄고, 주변 환경과 동화되며, 때로는 죽은 척까지 한다.이제부터 애벌레들의 기막힌 생존법을 알아보자.🌿 1. 보호색 전략 - 배추흰나비 애벌레생존의 기본은 천적의 눈을 피하는 것.그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보호색이다.배추흰나비 애벌레는 초록빛 몸색을 띤다.배추 잎 위에 붙어 있으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햇빛 아래에서도, 바람 속에서도 교묘하게 스며든다.이 보호색 덕분에 새나 곤충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2. 주변 동화 전략 - 박..
광대나물꽃, 봄을 여는 신호느낌표와 물음표 사이로 떨리듯 핀다. 광대나물의 꽃은 마치 망설임과 확신 사이에서 춤추듯 피어난다.초례 치르는 신부 이마에 찍힌 곤지처럼, 광대나물 가슴 복판에 돋아난 붉은 정염이 그 증거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강한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 광대나물의 매력, 꽃잎에서 피어나다광대나물의 진짜 매력은 꽃잎에서 분출한다. 반쯤 벌린 꽃잎은 숫처녀 입술인 양 청순하고, 아랫입술에 수놓인 무늬는 요염함을 한 번 더 끓여 놓는다.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 그것이 광대나물꽃이 가진 힘이다.이른 봄, 가장 먼저 개화하는 풀꿀풀과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개화하는 광대나물은 대한 절기에도 꽃을 피울 정도로 강인하다. 한겨울에도 생명을 움켜쥐고 있는 그 끈질긴 생명력. 그런 연유일까? ..
텃밭농사, 과학이냐 자연이냐 – 이제는 선택할 때🌱 텃밭농사에서 과학이란 잣대를 들이대면 수확량은 늘어날 수 있다.하지만 맛과 향은 절반으로 접힌다.계절과 어깃장을 놓아야 하기에 체력 소모도 크다.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흙이 황폐해지고, 생태계가 무너진다.✔️ 벌레들은 몰살당하고, 풀씨는 살아남지 못한다.✔️ 땅은 중장비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미생물과 지렁이조차 사라진다. 그 결과, 땅은 스스로 살아갈 힘을 잃고오직 비료와 농약 없이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죽은 흙’이 된다.✅ 자연을 빌려 오면 무엇이 달라질까?반대로 자연을 빌려 오면 수량은 줄어든다.하지만 그 대신, 고유한 향과 맛이 꽉꽉 들어찬다.자연의 흐름에 맞춰 자란 작물은 건강한 약채가 되어,오히려 몸값이 높아진다.🌿 자연농..
농사란 – 자연과 농부가 함께하는 생명 운동🌱 농사는 자연의 순리에 농부의 감성을 보태어 일구는 농생명 운동이다.흙에서 시작해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나며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이 모든 것이 농사 속에 담겨 있다. 농부의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은 많지 않다.햇빛이 씨앗을 깨우고, 바람이 잎을 흔들며, 빗물이 뿌리를 적신다.농사는 자연과 농부가 함께 짓는 협력의 일이다. ✅ 농부가 할 일은 단순하다. 그러나 깊다.🌿 농부의 다섯 가지 기본 역할✔️ 땅심 돋우기 – 건강한 흙이 있어야 건강한 작물이 자란다.✔️ 씨 뿌리기 – 한 알의 씨앗이 수많은 생명을 낳는다.✔️ 김매기(풀 관리) – 풀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때론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거두고 저장하기 – 수확은 노동의 결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