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왜 햇빛을 피할까?

뿌리는 왜 햇빛을 피할까?

빛을 피해 어둠으로 향하는 식물의 본능

 

 

햇빛은 식물의 생명이자 에너지다.

잎은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줄기는 빛을 향해 곧게 자란다.

모든 식물이 빛을 좇는 존재라면,

그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빛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뿌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햇빛이 닿는 방향이 아니라,

빛이 없는 쪽으로, 더 어두운 쪽으로,

조용히 몸을 낮추며 깊어져 간다.

 

이건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뿌리만의 아주 철저한 생존 전략이다.

 

뿌리는 땅 위의 세상을 믿지 않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보다는,

습하고 조용한 땅속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공간임을 안다.

그곳엔 수분이 있고, 양분이 있고, 미생물이 있다.

햇빛으로 사는 잎과 달리,

뿌리는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는 건 식물 전체에게도 이득이다.

잎은 위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뿌리는 아래에서 재료를 끌어올린다.

빛과 어둠을 분담해 하나의 몸을 지탱하는 것이다.

 

뿌리는 겁쟁이가 아니다.

그저 빛보다 생명을 선택했을 뿐이다.

 

 

지식 창고

뿌리는 음광성(negative phototropism)’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뿌리가 빛을 피하고, 어둠을 향해 자라는 생리 현상이다.

 

광합성이 불가능한 뿌리는 빛보다는

수분, 무기질, 미생물 등이 존재하는 어둡고 습한 곳으로 나아가야 생존에 유리하다.

 

뿌리에도 광수용체(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존재하는데,

이 수용체가 빛을 감지하면 오히려 뿌리의 성장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꿔버린다.

 

이 현상 덕분에 뿌리는 자연스럽게 땅속 깊은 곳으로 향하게 된다.

 

햇빛을 피해 어둠을 택한 뿌리.

그건 회피가 아니라, 자기 몫을 지키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