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뿌리작물일까 줄기작물일까?
감자. 땅속에서 크는 대표 작물이다. 하지만 가끔 묻는다. "감자는 뿌리작물일까, 줄기작물일까?"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농사를 짓는 사람도 고구마와 헷갈릴 수 있다. 오늘은 이 혼란을 정리해보자.
겉모습에 속지 말자 – 감자는 줄기작물이다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대부분 뿌리라고 생각한다. 고구마와 비교하면 더더욱 뿌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자는 줄기작물이다. 단순히 자라는 위치가 지하라고 해서 뿌리는 아니다.
그 근거는 뚜렷하다.
- 감자에는 씨눈이 있다. 씨눈이란 싹이 나오는 부분이다. 뿌리에는 없다. 그러나 감자의 표면엔 옴팡옴팡 씨눈이 박혀 있다. 이 눈에서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며, 잎이 형성된다. 이는 줄기의 특성이다.
- 감자는 햇빛에 닿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이건 엽록소 때문이다.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고구마를 햇빛에 노출시키면 색이 변하지 않는다. 뿌리이기 때문이다.
더 확실한 증거 – 북주기와 줄기의 착각
감자 농사를 지을 때 중간에 흙을 덮는 북주기를 한다. 이때 감자의 줄기 주변을 흙으로 덮으면 그 부분이 굵어진다. 줄기가 땅속에 들어갔다고 착각한 감자가 줄기에서 감자알을 더 형성하는 것이다. 뿌리였다면 이런 반응은 없다.
또한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 감자 줄기는 자신이 흙속에 있다고 착각하고 비대해진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기는 생리 반응이다. 이 역시 감자가 줄기임을 보여준다.
감자는 광합성으로 자란다
감자의 수확량은 광합성량에 비례한다. 감자의 90%는 잎에서 만들어낸 전분이 저장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싹이 빨리 트고, 잎이 빠르게 나와야 감자 수확량이 많아진다. 이 점은 뿌리작물과 확실히 구분된다.
이러한 이유로 감자는 하루라도 빨리 싹이 트도록 산광최아 과정을 거친다. (※산광최아: 흩어진 빛 아래서 감자싹을 독촉하는 사전 작업)
봄 농사의 문을 여는 감자
감자는 줄기작물이다.
이 사실을 알면 감자 농사의 이해도와 실천이 달라진다. 이제 곧 3월. 봄 농사의 시작은 씨감자 심는 일부터다. 감자 줄기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미리 준비해보자.
텃밭은 배움의 터이자 놀이터다. 오늘의 호기심 하나가 내일의 수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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