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과 추분, 서로 마주할 수 없는 형제
자연에도 운명이 있다면, 춘분과 추분은 한 핏줄이지만 결코 마주할 수 없는 형제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세상을 찾아와 반대의 역할을 한다. 하나는 시작을 알리고, 하나는 마무리를 준비한다.
춘분 – 생명의 신호탄
춘분이 오면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나무들은 잎을 틔우고, 들판은 연둣빛 융단을 펼친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낮이 길어지면서 생명은 기지개를 켠다.
이 시기부터 자연은 확장하고, 생명은 번성한다.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 성장과 활기의 계절이다.
추분 – 쉼의 시작
반면, 추분은 세상을 황록빛으로 물들이며 안식의 장막을 드리운다. 나뭇잎은 서서히 색이 바래고, 들판은 익어가는 곡식으로 황금빛을 띤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밤이 길어지면서 자연은 조용히 쉬어갈 준비를 한다.
춘분이 확장이라면, 추분은 축소다. 성장을 멈추고, 정리하고, 내려놓는 계절이다.
낮과 밤의 균형 – 자연이 지키는 약속
하지만 춘분과 추분이 끝까지 지키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낮과 밤의 길이를 똑같이 맞추는 것이다. 천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신성한 질서다.
이 균형이야말로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숨은 힘이다.
텃밭사색왈 – 자연이 알려주는 삶의 리듬
텃밭에서 우리는 춘분의 생명력과 추분의 안식을 함께 경험한다.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거둔다. 자연이 주는 순리를 이해하면, 농사도 삶도 한결 가벼워진다.
춘분과 추분처럼, 우리도 균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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