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 알을 심으며, 삶을 배운다
텃밭 한 귀퉁이에 구멍을 팠다.
자강 품종 강낭콩 세 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작고 단단한 콩알 세 개.
흙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생명들.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왜 항상 세 알을 심는 걸까.
하나로는 부족한 걸까.
조상님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알은 새가 먹는다.
한 알은 벌레가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 알은 사람이 먹는다.
살아가는 일은
늘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흙과 하늘,
보이지 않는 생명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
어릴 적에는 몰랐다.
왜 내가 힘들게 심은 걸
새와 벌레에게 빼앗겨야 하는지.
내 몫이 줄어드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세상은
나 하나만 살아남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새가 살아야 한다.
벌레도 살아야 한다.
흙도 숨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심은 씨앗도,
내가 기다리는 열매도
조용히, 단단히, 살아날 수 있다.
콩 세 알을 심는 건
단순한 농사가 아니다.
조용한 약속이다.
흙과,
하늘과,
작은 생명들과 맺는
보이지 않는 다짐이다.
하나는 나누고,
하나는 빼앗기고,
하나는 거두는 것.
그것이 자연의 순리였고,
살아가는 사람의 품격이었다.
조금 손해 보는 듯 보여도,
조금 양보하는 듯 보여도,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길이었다.
흙 속에 묻은 세 알의 콩은
오늘도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너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지 마.
함께 살아야,
진짜 살아남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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