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왜 아래로만 자랄까?– 중력을 따라 내려가는 생명의 방향 씨앗이 흙에 닿는 순간,가장 먼저 뿌리가 깨어난다.잎도 줄기도 나오기 전,세상과 연결되는 첫 통로가 뿌리다.그리고 뿌리는 언제나 아래로 향한다.마치 방향을 이미 알고 태어난 것처럼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어둠 속으로 곧장 내려간다. 씨앗을 거꾸로 심어도 마찬가지다.줄기는 위로 자라고, 뿌리는 아래로 간다.눈에 보이지도 않고,빛도 없는 흙 속인데도뿌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다.그 아래엔 수분이 있고,양분이 있고,자신을 붙잡아 줄 흙이 있다. 뿌리는 중력을 느끼고,그 방향을 기준 삼아 자란다.중력은 뿌리에게 나침반이자생존의 첫 단서다.아래로 향한다는 건,굴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정확한 출발이다.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 법,뿌리..
뿌리는 왜 햇빛을 피할까?– 빛을 피해 어둠으로 향하는 식물의 본능 햇빛은 식물의 생명이자 에너지다.잎은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줄기는 빛을 향해 곧게 자란다.모든 식물이 빛을 좇는 존재라면,그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빛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뿌리는 그렇지 않다.오히려 반대다.햇빛이 닿는 방향이 아니라,빛이 없는 쪽으로, 더 어두운 쪽으로,조용히 몸을 낮추며 깊어져 간다. 이건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뿌리만의 아주 철저한 생존 전략이다. 뿌리는 땅 위의 세상을 믿지 않는다.눈부신 햇살 아래보다는,습하고 조용한 땅속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공간임을 안다.그곳엔 수분이 있고, 양분이 있고, 미생물이 있다.햇빛으로 사는 잎과 달리,뿌리는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는 건 식물 전체에게도 ..
고추는 하느님의 실패작이라 했다 –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농사고추는 하느님의 실패작이라 했다.얼마나 농사짓기 힘들었으면 그런 말이 생겼을까.가만 보면 맞는 말이다.잘 자라다 한순간에 다 쓰러지고,해마다 새로 심어도 결과는 늘 미지수다. 그중 가장 큰 고비는 장마철이다.땅속에 매복해 있던 병균들이요란한 장맛비에 일제히 깨어나밭 전체를 휩쓴다. 그중에서도 역병은 가장 무섭다.잎을 말려 죽이고,줄기를 시들게 하며,밭 하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주특기가 있다.고추는 기다림과 손길의 작물이다고추는 재배 기간이 길다.겨울에 씨를 뿌리고 석 달 동안 모종을 키운 후,4월 말쯤 본밭에 옮겨 심는다.그리고 장마를 지나 10월까지 수확이 이어진다. 그동안 손길은 끊임없이 들어간다.비바람에 약해 지지대를 세워 묶어줘야 하..
들판의 봄, 냉이의 속삭임냉이가 기지개를 켜며 얼굴을 내민다. 작년에도 그랬고, 내년에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이 될 것이다.봄을 깨우는 냉이의 신호설이 지나면 햇볕이 고이는 텃밭 가장자리는 냉이의 뒤척임에 깨어난다. 단단하게 굳은 흙 속에서도 냉이는 봄의 속삭임을 들으며 새싹을 틔운다. 흙을 뚫고 올라오는 작은 생명의 힘이 대단하다.냉이, 땅과 하나가 된 방석식물냉이는 방석식물이다. 잎이 지면에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 방석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학술적으로는 ‘로제트식물’이라고도 한다.방사형으로 퍼져 자라는 이 형태는 겨울의 복사열을 최대한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다. 강추위를 견디면서도 따뜻함을 품기 위한 지혜로운 생존 방식인 셈이다.추위를 이긴 냉이, 더 깊은 맛을 품다차가운 겨울을 버텨낸 냉이의..
감자꽃이 아름답게 핀 순간, 땅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감자꽃, 예쁘기만 한 존재일까?6월 중순, 감자밭은 연보라색 꽃으로 물든다.언뜻 보면 라벤더 밭 못지않게 우아하고 고요한 풍경이다.하지만 텃밭농부들은 말한다.“감자꽃이 피면 이제 멈출 준비를 해야지.”왜일까?꽃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감자감자는 줄기작물이다. 땅속에서 알을 키우며 크는 특성이 있다.그런데 이 감자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꽃이 핀다는 건 식물의 생식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즉, 번식 모드로 전환되는 시점이다.뿌리로, 줄기로 보내던 에너지의 일부가 꽃과 열매로 향한다.감자알이 더 자랄 수 있었던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다.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꽃이 진 자리에 토마토처럼 생긴 작은 초록 열매가 맺힌다.놀랍게도 이 ..
감자 북주기, 언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감자농사에서 꼭 챙겨야 할 작업 중 하나가 바로 북주기다.‘북돋아주기’라고도 하는 이 작업은 감자의 수확량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하지만 많은 초보 농부들이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치곤 한다.이번 글에서는 감자 북주기의 시기와 방법, 그 이유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북주기란 무엇인가?북주기는 감자 줄기 주변에 흙을 덮어주는 작업이다.‘왜 흙을 덮는가?’그 이유는 간단하다. 감자는 줄기에서 감자알이 맺히기 때문이다.줄기에 흙을 덮어주면 그 덮인 줄기에서 추가로 감자가 형성된다.즉,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북주기, 언제 해야 할까?북주기는 보통 두 차례 한다.첫 번째 북주기: 감자 싹이 15cm 정도 자랐을 때→ 이때 흙을 가볍게 덮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