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부식(腐植) – 검은 흙이 주는 생명의 힘
검은 흙, 생명을 품는 힘
흙을 검게 물들이는 힘,
그것은 부식(腐植)에서 나온다.
부식이란 식물체가 흙에서 발효, 분해되며 만들어진
유기물의 혼합체다.
부식은 까맣고 몽실몽실 뭉쳐진다.
양분과 수분을 품고, 필요할 때 풀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농사짓기 좋은 흙의 척도는 결국 부식 함량에 달려 있다.
검은 흙은 최고의 저수지다
부식이 풍부한 검은 흙은
일반 흙알갱이보다 다섯 배나 많은 수분을 품을 수 있다.
토양 유기물 함량이 2%만 되어도,
그 절반인 토양에 비해 관수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식이 주는 놀라운 혜택이다.
검은 흙은 수분을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
풀풀 증발하는 저수지 수면과 달리,
토양 속 부식은 수분을 옹골차게 붙잡아둔다.
그래서 밭농사에서 가장 효과적인 가뭄 대책은
토양을 검게 물들이는 것이다.
흙을 덮어야 검은 흙이 된다
검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흙 표면을 햇빛에 오래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
햇볕에 오래 노출된 흙은 생명력을 잃고,
수분 보유력도 급속히 떨어진다.
따라서 풀을 키우든, 낙엽을 덮든,
유기물로 흙을 연중 덮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자연에서 나온 유기물을 사용하자.
비닐처럼 자연에 역행하는 자재는 가능한 한 줄이고,
지천에 자라는 풀을 베어 덮어주는 작은 실천이 훨씬 큰 효과를 만든다.
영양부식과 내구부식의 차이
부식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영양부식
- 작물 생육에 초점을 맞춘다.
- 가축 분뇨나 깻묵 등에서 얻어진다.
- 주로 질소 성분이 많고, 빠르게 분해되어 식물에게 양분을 준다.
내구부식
- 땅심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 3개월에서 5년 이상 흙 속에 안정적으로 남는다.
- 탄소 성분이 풍부하고, 리그닌 함량이 높다.
- 톱밥, 콧대처럼 거친 식물 잔사로 만든 퇴비에서 얻어진다.
정리하면,
- 작물 성장을 빠르게 하고 싶으면 영양부식,
- 토양 자생력을 높이고 싶으면 내구부식을 선택해야 한다.
내구부식은 갈아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내구부식은 쟁기질이나 흙을 갈아엎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연중 두툼한 유기물 멀칭을 통해 서서히 쌓여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 토양 미생물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다.
흙을 살리고 싶다면,
흙을 덮고, 갈지 말아야 한다.
결론: 검은 흙이 미래를 바꾼다
부식은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검은 흙은 생명을 품고, 수분을 지키며,
가뭄에도 끄떡없는 농사를 가능하게 한다.
풀 한 포기, 낙엽 한 장이라도
흙 위에 덮어주는 작은 노력,
그것이 내년 농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흙을 검게, 땅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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