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가뭄 대책 – 흙 속에 물을 저장하라
가을 가뭄, 농부의 마음까지 메마르게 한다
"가을비는 장인 수염 아래에서도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에는 비가 적다는 뜻이다.
가을 가뭄은 농부의 마음도 메마르게 한다.
관수 시설이 없는 텃밭이라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목돈 드는 관정 뚫기나, 수돗물 끌어오기 같은 방편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효과적이면서 돈 들지 않는 방법이 있다.
흙 속에 빗물을 저장하는 것이다.
흙, 자연이 준 최고의 저수지
마른 흙 3ℓ는 물 1ℓ를 흡수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건이 있다.
흙이 살아 있어야 한다.
검고 부드럽고 토심이 깊어야 한다.
검은 흙은 품이 넉넉하다.
토양 속에 촘촘히 안착한 부식토와 유기물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들어준다.
토양 유기물 함량이 2%만 되어도,
절반밖에 안 되는 흙에 비해 관수량을 75% 줄일 수 있다.
유기물은 자기 무게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분을 머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품고, 증발은 억제한다.
검은 흙은 경제적인 짠돌이다.
숲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숲은 큰 비가 와도
빗물을 땅속 깊이 받아들였다가 천천히 뱉어낸다.
숲은 대지의 목마름을 스스로 달랜다.
그 비결은 검은 흙이다.
흙이 검다는 것은
부식화된 유기물이 풍부하다는 뜻이고,
동시에 수분 저장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숲처럼 흙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가뭄 대책이다.
검은 흙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흙을 검게 만드는 비결은 단순하다.
지표면을 연중 덮어주는 것이다.
풀을 키우든, 농사 부산물(낙엽, 배춧잎, 무청, 콩대 등)을 덮든,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햇빛에 노출된 흙은 급격히 생명력을 잃는다.
토양 미생물 개체 수가 감소하고,
겉흙이 딱딱해지며 빗물 흡수력도 떨어진다.
그 결과, 빗물은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
지표면 침식을 가속화시킨다.
365일 내내 덮어야 한다.
이것이 흙을 검고 부드럽게, 땅심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가을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
가을은 유기물이 풍성하게 나오는 시기다.
배춧잎, 무청, 깨대, 콩대, 고구마 줄기, 호박 줄기 등을 모아
텃밭에 두툼하게 덮어주자.
이불 덮듯 포근하게.
이렇게 덮어주면
토양 미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먹이를 공급하는 일이 된다.
이듬해 봄 가뭄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덮어주자.
마음까지 촉촉해질 것이다.
그리고,
흙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 내년 농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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