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만지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손끝이 먼저 알아보는 생명의 촉감 흙을 손에 쥐면 특별함이 감지된다.말캉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하다.땅이 품은 생명력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랄까.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흙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수분, 공기, 유기물, 미생물이 어우러진 복합체다. 그 촉감은 ‘살아 있음’의 감촉이다.흙을 만지면 마음이 가라앉는다.촉촉하고 푸석한 감촉이 손에서 퍼져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머릿속을 정리해준다.원예치료나 흙놀이가 치유 효과를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흙을 손에 묻히고 노는 이유.어른이 땅을 일구며 마음을 다잡는 이유.모두 흙의 감각이 마음을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흙은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느낌으로 전한다. 지식 창고흙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유기물, ..
흙은 어째서 색깔이 다른 걸까?– 흙의 빛깔은 땅의 이력서 흙은 똑같은 갈색을 띄지 않는다.검은 흙, 붉은 흙, 누런 흙, 회색 흙…세계 곳곳의 흙은 제각기 다른 빛깔을 띤다. 그건 단지 색의 차이가 아니다.흙의 색깔은 그 땅의 성질과 이력을 말해준다.검은 흙은 유기물이 많고,붉은 흙은 철분이 많고,회색 흙은 물빠짐이 나쁘고,황토빛 흙은 점토가 많다. 색깔은 땅의 언어다.비료를 뿌리기 전, 경운을 하기 전,먼저 흙의 빛깔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그게 땅을 아는 첫걸음이다. 좋은 흙이란 어떤 색일까?보통은 검은색을 떠올린다.맞다. 유기물이 풍부한 흙은 대개 검다.하지만 색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빛깔보다 중요한 건,그 색깔이 만들어진 이유다. 흙의 빛은그 땅이 살아온 이야기를 품고 있다.농사는 그 이야기를..
흙은 왜 냄새가 날까?– 그건 살아 있다는 신호다 비 온 뒤 텃밭에 나가면코끝을 간질이는 익숙한 냄새가 있다.상큼한 듯, 비릿한 듯. 흙 특유의 그 냄새. 흙냄새는 그냥 땅의 향기가 아니다.사실은 미생물이 만든 냄새다.그중에서도 방선균이 분비하는‘게오스민’이라는 물질이 결정적이다. 게오스민은 흙이 살아 있다는 증거 물질이다.이 냄새가 풍긴다는 건,흙 속 생명체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떤 농부는 밭을 갈다가흙냄새가 짙게 올라오면 이렇게 말한다.“이 밭, 살아 있구먼.” 반대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흙은오랜 기간 굶주렸거나 죽어 있는 흙일 수 있다. 흙냄새가 난다는 건 흙이 농부에게 말을 건네는 거다.“나는 지금 살아 있어. 잘 부탁해.” 지식 창고흙냄새의 주요 성분은 ‘게오스민..
흙은 어째서 살아 있다고 하는 걸까?– 미생물이 들끓는 생명의 덩어리 흙은 죽은 게 아니다.겉보기엔 그저 흙덩어리지만,그 안엔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댄다. 세균, 곰팡이, 선충, 원생생물, 지렁이까지.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흙을 살아 있게 만든다.이들은 유기물을 분해하고,식물이 먹을 수 있는 양분으로 바꿔준다. 어떤 미생물은 뿌리와 손을 잡고,어떤 미생물은 병균을 막는다.질소를 고정해 뿌리 밑에 선물처럼 남겨두기도 한다.흙 속에선 전쟁과 협력,삶과 죽음이 매 순간 이어진다.흙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계다. 따라서 좋은 흙이란검고 부드러우면서 꿈틀거리는 흙이다. 농사는 흙을 만지는 일이지만,본질은 흙 안의 생명을 돌보는 일이라고 해야 옳다. 지식 창고흙 1g 안에는 최대 10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
뿌리는 왜 살아 있는 흙을 선택할까?– 뿌리는 조건이 아닌 생명을 본다. 겉보기엔 비슷한 흙인데어떤 곳에선 뿌리가 잘 자라고,어떤 곳에선 주저앉듯 멈춘다.뿌리는 조건만 따지는 게 아니다.그 흙에 생명이 있는지를 먼저 본다. 살아 있는 흙은 다르다.유기물이 있고,미생물이 살아 움직이며,뿌리와 연결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겉은 거칠고 투박해 보여도그 속에서 숨 쉬는 존재들이흙 전체를 살아 있게 만든다. 그런 흙을 만나면뿌리는 스스로 힘을 낸다.움직임이 활발해지고,성장 속도가 붙고,주변과 소통하며더 깊고 넓게 퍼져 나간다.뿌리는 산 흙에서비로소 자기를 펼칠 수 있다. 죽은 흙은 밀어내지만살아 있는 흙은 안아준다.뿌리는 흙의 생명력을가장 먼저 알아보는 감각이다. 지식창고살아 있는 흙(living soil)은유..
뿌리는 왜 스트레스를 기억할까?– 한 번 겪은 고통은 흙 속에 남는다. 작물이 시든 적이 있다면그 뿌리는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한다.한 번 가뭄을 겪었거나,한 번 과도한 염류에 노출됐거나,강한 물리적 충격을 받은 뿌리는이후에도 예전만큼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뿌리는 단지 반응하는 기관이 아니라과거의 조건을 기억하고,그에 따라 성장을 조절하는 존재다.한 번 상처받은 뿌리는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봐움직임을 줄이고,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며방어적 자세를 취한다. 이런 기억은나쁜 조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좋은 환경을 반복해서 겪은 뿌리는성장을 더 활발히 하기도 한다.즉, 뿌리는 경험을 학습하고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뿌리는 삶을 되새기고 있다.그건 흔들렸던 흙을 향한기억이자, 본능이다...